아나파한의원 대표원장
PAIN LAB 김재석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이유 – 과민성대장증후군일까요?
며칠째 화장실에 가도 변이 시원하게 나오지 않다가 어느 날 갑자기 설사를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변비가 심할 때는 배가 더부룩하고 아프다가 묽은 변을 여러 번 본 뒤에는 잠시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그런데 며칠 지나면 다시 변비가 시작됩니다. 이런 증상이 반복된다면 단순한 변비나 일시적인 설사와는 구분해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복통까지 함께 나타난다면 과민성대장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IBS)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사실만으로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진단하지는 않습니다. 복통이 배변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증상이 언제 시작되었는지, 복용하는 약은 무엇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장에 특별한 병이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배가 아프고 배변 상태가 계속 달라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은 장운동과 자율신경계의 관계, 비슷한 증상을 일으키는 질환, 아나파한의원에서 시행하는 치료까지 설명드리겠습니다.
1. 변비와 설사가 번갈아 나타나는 원인은?
먼저 대장에서 대변이 만들어지는 과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소장에서 내려온 장 내용물에는 아직 상당한 수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대장은 이 내용물을 이동시키면서 수분과 전해질을 흡수합니다.
대변이 오래 머무르면 수분이 더 많이 흡수되어 단단해지기 쉽습니다. 반대로 내용물이 빠르게 이동하거나 장내 분비와 수분 흡수에 변화가 생기면 묽은 변이 나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대변의 형태가 바뀌는 이유를 장의 이동 속도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식사량과 수분 섭취, 장내 미생물, 장 점막의 분비 기능, 약물 등이 함께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변비약을 먹은 다음 날 설사하면 과민성대장증후군일까요?
반드시 그렇지는 않습니다.
변비약이나 마그네슘 제제는 대변의 수분량과 장운동에 영향을 줍니다. 약을 복용한 뒤 묽은 변이 나오는 것은 약물의 작용 때문일 수 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변을 보지 못한 상태에서 묽은 변이 조금씩 나온다면 장 안에 대변이 정체되어 있는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약을 복용하지 않은 날에도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지, 복통이 함께 나타나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입니다.
2. 과민성대장증후군의 대표적인 증상
과민성대장증후군은 반복되는 복통과 배변 습관의 변화가 특징적인 질환입니다.
대장내시경에서 뚜렷한 이상이 발견되지 않더라도 장의 운동과 감각을 조절하는 기능에 변화가 생기면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설사를 자주 하거나 변비가 심한 것이 아닙니다.
복통이 반복되면서 배변 횟수 또는 대변의 형태가 달라지는 특징을 확인해야 합니다.
어떤 증상이 함께 나타날까요?
- 배변 전후로 복통이 달라집니다.
- 변비와 설사가 반복됩니다.
- 식사 후 배가 아프거나 더부룩해집니다.
-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은 느낌이 생깁니다.
- 배변 후에도 잔변감이 남습니다.
- 긴장하거나 수면이 부족한 날 증상이 심해지기도 합니다.
로마 IV 진단 기준에서는 최근 3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하루 이상 복통이 나타나고, 배변과의 관계나 대변의 횟수·형태 변화가 동반되는지를 확인합니다. 증상이 시작된 시점은 적어도 6개월 전이어야 합니다.
설사형·변비형·혼합형의 차이
혼합형에서는 단단한 변과 묽은 변이 모두 나타나지만, 반드시 하루씩 번갈아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변비약을 사용한 뒤 나타난 설사를 혼합형의 특징으로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배변 형태가 어떻게 분포하는지, 약물의 영향이 있는지 구분해야 합니다.
3. 자율신경계와 장운동의 관계
대장내시경에서 특별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는데도 계속 배가 아프다면 무엇을 살펴봐야 할까요?
과민성대장증후군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이 장과 뇌 사이의 신경 연결입니다.
장에는 수많은 신경세포로 구성된 장신경계가 있습니다. 장신경계는 음식물의 이동과 분비 기능 등을 조절합니다.
여기에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을 비롯한 자율신경계가 관여하고, 뇌에서 발생한 스트레스 반응도 장의 움직임과 감각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긴장하면 왜 갑자기 배가 아프고 설사가 날까요?
시험이나 면접을 앞두고 갑자기 배가 아프거나 화장실을 찾는 경험을 해보신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긴장할 때 나타나는 신체 반응에는 자율신경계와 스트레스 호르몬 등이 관여합니다.
이 과정에서 장의 운동과 분비, 통증을 느끼는 민감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서는 이러한 반응이 반복적인 복통이나 배변 급박감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장에 이상이 없는데 왜 통증이 생길까요?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는 내장 과민성이라는 현상도 중요하게 연구되고 있습니다.
내장 과민성은 장이 늘어나거나 움직일 때 발생하는 자극을 평소보다 통증으로 민감하게 느끼는 상태입니다.
장에 가스가 차거나 대변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발생하는 자극도 어떤 환자에게는 상당한 불편감으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검사에서 뚜렷한 염증이나 종양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복통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은 장운동뿐 아니라 내장 감각, 자율신경계, 뇌와 장 사이의 신호 조절이 함께 관여하는 질환입니다.
4. 다른 장질환과 구분하는 방법
변비와 설사가 반복될 때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증상이 언제 시작되었고, 이전과 무엇이 달라졌는지입니다.
오래전부터 비슷한 증상이 반복된 경우와 최근 몇 주 사이 배변 습관이 갑자기 바뀐 경우는 진료에서 확인해야 할 내용이 다릅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과 비슷한 증상은 약물 복용, 장 감염, 염증성 장질환 등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장내시경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까요?
모든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 대장내시경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혈변, 이유 없는 체중 감소, 빈혈, 대장암 가족력 등이 있거나 배변 습관이 최근 뚜렷하게 바뀌었다면 다른 질환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합니다.
- 혈변이나 검은색 변
- 이유 없이 감소하는 체중
- 빈혈이나 반복되는 발열
- 잠을 깨울 정도로 지속되는 설사
- 이전보다 점점 심해지는 복통
특히 심한 복통과 구토, 복부팽만이 동반되고 대변이나 가스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경우에는 장폐색 등의 가능성이 있어 신속한 진료가 필요합니다.
5. 변비와 설사가 반복될 때 치료 방법
혼합형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는 변비약과 지사제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만으로 증상을 조절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날은 단단한 변 때문에 힘을 많이 주고, 다른 날은 식사 직후 갑자기 화장실을 찾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배변 형태만 볼 것이 아니라 복통, 복부팽만, 배변 급박감 중 무엇이 가장 불편한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1) 식이섬유는 종류와 섭취량을 구분합니다
변비가 있다고 무조건 채소나 잡곡을 많이 먹는 것이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
식이섬유를 갑자기 늘리면 가스가 많이 차고 복통이 심해지는 환자도 있습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는 차전자피와 같은 수용성 식이섬유가 일부 증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섭취량은 개인의 배변 상태에 따라 조절해야 합니다.
2) 식후 복통이 심하면 음식과 증상의 관계를 확인합니다
우유나 밀가루 음식, 특정 과일을 먹은 뒤 복통이나 설사가 반복되는 환자도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실제로 어떤 음식을 먹었을 때 불편이 심해지는지 기록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저포드맵 식단은 일부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여러 음식을 장기간 무조건 제한하는 방법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일정 기간 제한한 뒤 다시 음식을 섭취하면서 개인에게 맞지 않는 식품을 구분해야 합니다.
3) 복통이 중심이라면 장의 통증 반응도 치료 대상입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에서는 대변의 형태가 정상에 가까워져도 복통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장운동의 문제뿐 아니라 통증을 느끼는 신경계의 민감도가 관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복통이 주된 증상이라면 약물치료와 함께 장-뇌 상호작용을 대상으로 하는 심리치료 등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배변 횟수만 줄이는 것보다 복통과 일상생활의 불편이 실제로 감소하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6. 아나파한의원의 한약·자율신경계 치료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분들을 진료하다 보면 배변 문제 외에도 식후 더부룩함, 수면 불량, 쉽게 긴장하는 증상, 피로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분들은 설사나 변비가 심한 날만 치료하기보다 증상이 반복되는 생활 패턴과 장의 민감도를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나파한의원에서는 문진과 복진, 설진을 통해 복통과 배변 변화뿐 아니라 식욕, 소화 상태, 수면, 피로, 스트레스에 대한 신체 반응을 확인합니다.
1) 장과 자율신경계의 관계를 어떻게 평가할까요?
자율신경계는 장운동과 소화액 분비, 내장 감각에 영향을 줍니다.
그러나 긴장할 때 배가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교감신경이 과도하게 활성화되었다고 진단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복통이 심해지는 시간, 식사와의 관계, 수면 상태,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는 주기 등을 먼저 확인합니다.
복부의 압통과 긴장 상태, 호흡 양상도 함께 살펴봅니다. 필요하다면 초음파를 활용해 복부 근육이나 횡격막 등 관련 근골격계 기능을 평가할 수 있습니다.
2) 한약은 복통과 배변 습관을 함께 고려해 처방합니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고 해서 모두 같은 한약을 사용하지는 않습니다.
식사 직후 복통과 묽은 변이 나타나는 분도 있고, 변비와 복부팽만이 오래 지속되다가 갑자기 설사를 하는 분도 있습니다.
수면이 부족하거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은 날 증상이 심해지는 환자도 있습니다.
아나파한의원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확인해 한약 처방을 결정합니다.
저는 복통의 빈도와 강도, 복부팽만, 배변 횟수와 형태, 식후 불편감을 함께 살피면서 처방 이후 변화를 평가합니다.
한약의 효과는 처방마다 차이가 있으며 과민성대장증후군에 대한 임상 근거에도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복용약과의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복용 후 증상이 악화된다면 처방을 재검토합니다.
3) 복부·호흡·근골격계 문제가 동반된 경우
복부가 늘 긴장되어 있거나 호흡할 때 흉곽과 복부가 자연스럽게 움직이지 못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신체 기능 문제가 확인되면 호흡과 복압 조절을 위한 재활을 병행할 수 있습니다.
통증을 일으키는 별도의 신경·근육·연부조직 문제가 있다면 초음파 평가 후 필요한 특수시술이나 유착박리약침술을 선택적으로 고려합니다.
다만 이러한 근골격계 시술을 과민성대장증후군 자체의 치료와 동일하게 설명하지는 않습니다. 소화기 증상과 함께 존재하는 별도의 통증 및 움직임 문제를 치료하는 경우입니다.
4) 치료 후 무엇이 달라졌는지 확인합니다
치료 전에는 일주일 동안 복통이 얼마나 자주 나타났는지, 식사 후 불편함은 어느 정도인지, 변비약이나 지사제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확인합니다.
치료 후에도 같은 항목을 비교합니다.
대변이 조금 묽더라도 복통이 줄고 식사 후 불편감이 개선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배변 횟수는 정상에 가까워졌지만 복통과 팽만감이 계속 남는 경우도 있습니다.
따라서 대변 형태 하나보다 실제로 불편했던 증상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살펴야 합니다.
영등포·당산·선유도·문래에서 변비와 설사가 반복되어 내원하는 분들에게도 배변 횟수만 묻지 않는 이유입니다. 같은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도 복통이 생기는 상황과 동반 증상에 따라 치료에서 중요하게 보는 부분이 달라집니다.
변비와 설사가 계속 반복된다면 장운동뿐 아니라 복통의 양상, 식사, 수면, 자율신경계와 관련된 증상까지 함께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참고문헌
- Vasant DH, et al. British Society of Gastroenterology guidelines on the management of irritable bowel syndrome. Gut. 2021.
- Lacy BE, et al. ACG Clinical Guideline: Management of Irritable Bowel Syndrome. Am J Gastroenterol. 2021.
- Mearin F, et al. Bowel Disorders. Gastroenterology. 2016.
본 글은 일반적인 의학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으로, 개별 환자의 진단이나 치료 결과를 보장하지 않습니다.
